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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읽지 "Book"/요즘 모읽지?

우울함에 대하여 작가와 터놓고 이야기 해 보자 - 에밀 시오랑의 에세이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8. 6.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2~3페이지의 분량의 짧막 짧막한 에세이 형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작가와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이 책은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지만 '해뜨는' 희망적인 내용이 없다는 게 조금 아쉽더군요. 슬픔, 우울, 절망 등을 비롯해 자살에 대한 이야기까지 다루고 있습니다.


절망의 심미가 에밀 시오랑

루마니아 출신의 프랑스 수필가, 비평가. 1937년 이후 프랑스에 정주하면서 현대 문명의 퇴폐를 비장한 문장으로 고발함으로써 일명 '절망의 심미가(審美家)'라고도 불렸다. 저서로 〈절망의 정점(頂點)에 대하여〉(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의 원서명)(1933), 〈해체의 서론〉(1952), 〈역사와 유토피아〉(1960) 등이 있다.



자살의 의미


자살에 대해 조금 색다른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자살하는 사람들은 외적인 요소 때문에 자살하는 것이 아니라 내적인 요소 때문에 자살한다는 것 입니다. 같은 것을 경험하고 느껴도 죽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습니다. 그렇다는 것은 내적인 요소가 자살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죠. 하지만 작가는 자살하는 사람들을 비난하거나 비하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충분히 그 들을 이해합니다.


사랑 때문에 자살한 사람을 비웃는 사람들을 나는 아주 경멸한다. 그들은 사랑에 빠진 사람에게 이룰 수 없는 사랑이란 자신을 정의할 수 없임이며 존재의 완전한 상실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 97p


기질적으로 자살과 가까운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이 더 이상 살 수 없다고 느끼면 행동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합니다. 100% 동의할 수 는 없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우울한 생각을 하는 기질을 가진 사람들이 세계에서 1등이라는 것인데,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작가의 말대로 자살을 하는 기질을 가진 사람이 있어도, 외적인 요소에 의해 발현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진리, 터무니없는 낱말


욕망을 버림으로써 해방된다는 것은 인간 정신이 만들어낸 것 가운데 가장 어리석은 생각이다. 왜 삶을 구속하는가? 해방이라는 환상이나 무사무욕과 같이 아무런 가치도 없는 대가를 받기 위해서 삶을 파괴할 이유가 무엇인가? - 157p


작가는 현자와 지혜에 대해서 강하게 비판합니다. 왜 충동과 본능을 억누르고 고통에서 해방되기를 바라는가? 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저는 불교가 가장 진리에 가까운 철학 및 종교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불교가 본질적인 고통으로부터의 해방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 책을 읽으니 약간의 회의감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쾌락주의의 시점에서 보면 너무도 당연한 주장입니다. 쾌락은 인간에게 유익한 것이고 고통은 피해야 하는 것입니다. 고통을 모르는 사람은 쾌락을 모릅니다. 더 나은 쾌락을 원하고 즐기기 위해 고통을 느끼며 감내하는 것. 이것이 살아있음을 느끼고 인간다운 삶을 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작가와 대화한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습니다. 가장 우울하고 침울한 내면을 거침없이 독자들에게 드러냈고, 우리들은 함께 고민하고 생각하게 한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뛰어난 점이 었다고 생각합니다. 철학적 사유에 고픈분들은 이 책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