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앞둔 두 남자가 병실에서 만났다. 천국에서 이야기하는 건 살아 있을 때 본 바다에 대한 기억이라며, 차를 훔쳐 바다로 달려간다. 무일푼에 병실에서 바로 나온 이들은 은행을 털고 위협적인 강도범이 되고 만다. 죽음과 바다를 향해 용기 있게 달려가는 두 남자를 쫓는 건 경찰 뿐만이 아니다. 이들이 훔친 차는 거액의 돈이 든 악당들의 차량이었던 것. 경찰과 악당들을 재치있게 따돌려가며, 서로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는 모습은 영화 전반을 끌어가는 힘이 되어준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바다, 두 사람에 펼쳐진 그들의 삶을 닮은 거친 파도, 그 순간 흐르는 밥 딜런의 명곡, "Knockin' on Heaven's Door".
하나, 밥 딜런의 음악이 없었다면 이 영화의 분위기는 미완성이지 않았을까. 아니, 만들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세상에 저항하며 부딪혀가던 밥 딜런의 생과 음악, 그것을 담았던 70년대의 이 노래가 90년대의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되었을 테고, 또 20년 가까이 지나 다음 세기를 맞은 지금도 아름답게 느낄 수 있게 한다는 소름 돋는 가치의 심포니. 잘 만든 음악, 잘 만든 영화라는 것은 이런 때에 온 감각으로 이해하게 된다. 둘, 바다를 보는 일이 이보다 더 낭만적으로 그려지는 영화가 또 있을까. 지난 주에 보았던 또 다른 독일 영화 <빈센트>는 이탈리아 바다를 향해 심리적인 병을 앓는 세 청년이 달려가는 이야기였다. <빈센트>가 이 영화의 오마주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비슷한 코드를 갖고 있다. 하지만 고전의 매력 때문인지 절대적인 어떤 이유가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여정보다 이 여정이 더 세련되고 감동적으로 느껴졌다. 셋, 틸 슈바이거의 우수에 찬 눈빛은 젊은 시절에 더 빛났었구나! 떡 벌어진 체격과 상반되는 고통의 몸부림, 가벼운듯 진지한 모습, 그래서 더 슬프게 느껴지는 마틴의 캐릭터는 틸 슈바이거와 하나인 듯했다.
주변의 볼 거리, 할 거리가 극도로 부족해서 난감했던 이수역의 아트나인. 입구에 있는 잇나인의 크림파스타 맛도 아주 좋았고, 그 앞으로 탁 트인 경치(http://instagram.com/p/b-adwKC3fh/)의 인상적인 테라스가 있어 근교에 나온 듯한 기분이었다. 사실 재개봉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이미 검증된 작품으로 수익을 올리려는 극장의 상술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요즈음 개봉하는 영화들에서 느끼지 못한 명작의 아름다움을 큰 스크린과 사운드 시스템을 통해 접할 수 있다는 게 꽤 멋진 일이라는 걸 실감했다. 오래 전에 보지 못한 영화를 극장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얻는 일이 이제는 행운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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