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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볼까 "Movie"/요즘 모볼까?

<빈센트: 이탈리아 바다를 찾아> 그에게 필요했던 건 위로와 애정, 그리고 자유였다




지난 주에는 CGV에서 원하는 시간대의 상영관 찾기에 실패했던 터라, 오늘은 상영 시스템을 포기하고 정독도서관 앞의 씨네코드 선재로 향했다. 밀착된 커다란 스크린과 피부에 닿는 듯한 음향 시설 등 같은 값을 주고 누릴 수 있는 환경 대신, 대학 시절 교내 도서관에서 하던 DVD 상영회 같은 환경에서 관람해야 하니 안타깝긴 하다. 음료 반입이 안 되고, 팔걸이를 올릴 수 없고, 앞뒤 공간이 다소 좁다는 것도 피할 수 없는 불편이다. 하지만 원하는 영화를 좋아하는 동네에서 볼 수 있는 것부터 상영관이 하나여서 보고 싶던 영화를 연달아 보기 편리하다는 점은 다른 곳에서 누릴 수 없는 장점이다. 늦게 들어가면 자리 찾기가 끔찍하게 힘들지만 좌석의 조명이 거의 없어 집중도 잘 된다.


몇 주를 놓치고 드디어 만난 빈센트는, 기대보다 더 섬세하고 따뜻했다. 죽은 엄마를 잊지 못하는 투렛 증후군 청년 빈센트는 선한 눈만큼이나 굉장히 순하고 사리분별이 정확했다. 그가 의지와 다르게 병의 증세로 내뱉는 거친 말들은 보통 사람들이 의지에 따라 던지는 말과 크게 다르지도 않다. 의도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의 말은 별로 위협적이지도 않다. 몇 안 되는 빈센트의 진짜 말들은 거식증 환자 마리와 강박장애를 지닌 룸메이트 알렉스는 물론, 그를 치료하려던 의사와 그를 저능아라 부르던 정치인 아버지까지도 치유한다. 빈센트를 치유할 수 있었던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었다. 처음부터 그에게는 최소한의 위로와 애정이 필요했을 뿐이니까.


사탕통에 담은 엄마를 위해 친구들과 함께 이탈리아 바다로 떠나는 빈센트. 세 청년과 그들을 찾아 함께 달리는 아버지와 의사의 여정은 한 시도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심리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안심할 수 없는 세 청년과 그에 못지 않은 다혈질 남녀의 추격전은 시한폭탄을 운반하는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한편 그들의 길에 펼쳐진 서남부 유럽의 그림 같은 풍경은 팽팽한 긴장을 어둡지 않게 만들어 준다. 다섯 명이 치유되는 과정을 보는 동안, 맑고 탁 트인 자연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함께 치유되는 기분이 들었다. 어쩌면 그들 다섯의 치유에도 자연의 좋은 공기와 빛깔이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았을까. 그건 자유를 닮았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