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가 공주에게 딱히 어울리지 않는 덕목인 'Brave'인 데다, 궁수 포스로 활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볼 때, 말괄량이 공주의 이야기를 담은 기존의 디즈니 공주와 큰 차이가 없어 보였기에, 극장 개봉 당시 지나치고 말았다. 픽사의 타이틀에 대한 기대와 존경으로 계속 미뤄두며 보지 않을 수는 없었기에, 드디어 오늘 메리다를 만났다. 실감나게 디테일하고 아름다운 중세 스코틀랜드의 배경, 실제 사람보다 더 찰져 보이는 오동통한 살과 생기 있는 표정 등 픽사 특유의 매력을 한껏 보여주는 애니메이션임은 확실하다. 다만 쿨하고 위트 있는 픽사의 장점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익숙한 디즈니 공주님 스토리에, 꿈의 메시지와 곰돌이들 때문이려나 왜인지 모를 드림웍스 냄새도. 킁킁.
왈가닥 공주가 엄마의 공주교육에 반항하는 게 딱히 용기인지는 모르겠으나, 그것 때문에 '용감함'이라고 제목을 지은 걸까. 엄마와 딸의 투닥거림이 다소 식상했고, 메리다의 용기가 그리 두드러지진 않았다. 메리다가 특별히 용기를 발휘해서 무언가 해결한 것도 아니고, 어떤 계기가 작용해서 메리다에게 용기가 생겨난 것도 아니다. 국내판 제목에 들어 있는 '마법의 숲'이 더 어울리는 듯하지만, 딱히 마법이 강렬하게 많이 등장하지도 않는다. 마녀의 역할은 중요하나, 마녀의 캐릭터가 불분명해서 인상적이지도 못하다. '운명이 바뀌었다'라고 하지만 이것 또한 엄마와 딸의 화해와 종족 간 싸움의 종식을 뜻할 뿐, 메리다의 운명이 크게 달라진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전반적으로 흐름이 어수선하고 각 전개에 대한 공감이 부족한 것 같다. 메리다의 작은 세 동생들, 발이 하얀 말 앵구스가 무척이나 귀여워서 지루하진 않았지만, 후반부의 어떤 것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끝이 나버렸다. 다음 디즈니 개봉작으로 알려진 <프로즌(Frozen)>은 '눈의 여왕'을 모토로 하고 있어 <라푼젤>과 비슷한 느낌일 것 같다. 픽사의 경우 곧 국내개봉을 앞두고 있는 <몬스터 유니버시티>가 있다. 둘 다 이보단 나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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