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책도 잘 안 읽히기도 하지만 시간도 많이 부족하다. 핑계라면 핑계일지도 모르겠지만 참으로 손에 책이 안 잡힌다. 그래서 조금 쉽게 읽을 수 있는 소설 하나를 선택했다. 바로 <에밀리> 라는 이 책. 우리 조선의 마지막 왕인 고종의 숨겨진 그림자 애인에 관련된 이야기다. 1903년 미국 ‘보스턴 선데이 포스트’지에 대서특필된 고종 황제와 미국인 여성의 결혼 소식이 떴었는데 오보로 밝혀진 바가 있다. 그것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발휘시켜 작가가 고종 황제와 미국 여인의 로맨스를 그린 소설이다.
왠지 로맨스라하니 설렘이 느껴질 것 같았는데, 소설의 시작은 고종 황제 이희와 에밀리의 첫만남부터 설레였다. 하지만 그들의 다음 관계는 또 정치적인 관계로 시작된다. 하지만 결국 그 정치적 관계가 에밀리와 그녀의 가족을 위협하게 되고, 어지럽게 된다. 그러는 사이 정치적인 약속은 없어지지만, 위협은 계속된다. 그러다 에밀리는 우연히 고종 이희의 암살음모를 알게 된다. 그 순간 그녀는 망설이지 않는다. 좋아하고 있던 그를 위해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게 된다. 그렇게 두 사람의 관계 속에서 그때 벌어지는 역사적 상황을 넣어 소설로 만든 이야기이다.
읽는 동안 몰입도가 상당했다. 읽기도 편했고, 역사적 사실을 자세히 모르더라도 그때의 상황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중등교육 이상을 받은 사람이라면 모르는 일이 없을 것이다. 책을 읽는 동안 에밀리의 마음의 변화에도 심도 있게 봤으며, 또한 우리나라에 들어오기 시작한 외국인들의 모습을 보았다. 진정으로 대한민국을 좋아하는 이는 지금도 많이 있는데, 그 시절 역시 우리 나라를 좋아하는 이들이 많았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말도 안되는 조약과 상황에 반발해주고 화내주었던 사람이 많았을 것 같다는 생각말이다.
그리고 고종 이희를 보면서 나라를 잃어가고 제대로 힘도 쓰지 못하고, 왕권도 잃어버리며 쓸쓸히 죽어간 우리나라의 황제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았다. 사실 국사에서 보면 뭐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한 힘 없는 왕으로 쓰여지고 있으나 여기에서는 서양문물도 융통성 있게 받아드리고 외국인들과의 관계도 원활하며, 정이 깊고 마음이 깊은 사람이란게 느껴진다. 그 왕권에서 많은 이들을 신경쓰고 계산하며 지내는 그를 보니 안타까움만 가득했다. 사람을 만날 때 진정으로 대하는 마음 그 자체로 만날 수 없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슬픔인지 말이다.
<에밀리> 소설로만 봤을때는 흡입력 좋고, 읽기 편한 소설이다. 하지만 역사적 상황과 함께 맞물려있어서 읽고 난 직후는 마음이 상당히 무겁다. 근현대사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지식상태로 판단하기는 힘들지만, 어쨌거나 우리나라는 말도 안되는 조약으로 일본에게 침략을 당했음에 분명하고 그 과정에 있어서 각국의 다른 여러 나라 사람들, 그리고 우리나라를 팔아먹었다는 친일파 사람들에게 분노를 품어본다. 행복한 로맨스 소설이기만을 바라지는 않았지만, 마음이 무거운 것은 우리나라 역사적 사실이려니... 해야겠다. 분명한 건 이 책 안에는 설렘도 있었고, 분노도 있었고, 즐거움도, 슬픔도 있음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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